오세철 연세대 교수는 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사건으로 기소됐다. 오 교수는 2월18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선고를 앞두고 세계의 진보, 좌파 지식인 250명이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보냈다. 미국의 진보잡지 ‘Insurgent Notes(반란자의 기록)’의 편집자 로렌 골드너가 국제사회주의자 사이트에 사노련의 사연과 함께 ‘탄원서를 보내자’는 제안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신좌파의 상상력:전 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년>의 저자 조지 카치아피카스 웬트위스공대 교수, <네오리버럴리즘(신자유주의)> 알프레도 사드-필류 런던대 교수, 여성학자 마거릿 굴레트, 홀거 하이데 브레멘대 명예교수, 마코토 이토 도쿄대 명예교수 등 저명 학자들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아래는 박노자 교수가 '존경하는 김형두 판사님께'라는 제목으로 쓴 글 전문



 저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인문학부 문화연구 및 동양언어 학과 교수 박노자 (Vladimir Tikhonov: http://www.hf.uio.no/ikos/personer/vit/vladimit/index.html )입니다.

2010123, 서울지방법원에서는'한국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사노련)' 소속 오세철 교수와 다른 회원들(양효석, 양준석, 최영익, 박준선, 정원형, 오민규, 남궁원)에 대해 5-7년형이 구형되었습니다. 이들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을 비롯한 각종 노동자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변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기소된 줄로 압니다.

이외에 "사노련"이 그 강령 등 주요 문서에서 구사해온 "사회주의", "혁명" 등의 언사는, "사노련'"국가 변란", 즉 폭력적 변란을 도모한다는 식으로 이해되어서 "사노련"에 대한 고발, 수사, 구형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압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이와 같은 근거만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그 어떤 폭력적 행동도 저지른 적이 없었던 몇 명의 활동가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무리이며, 이들에 대해서 사법부가 전향적으로 인식해주고 이들을 무죄로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에 맞는 처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쌍용자동차 파업 등에 대해 특히 보수언론들이 "폭력" 등의 식으로 매도했지만, 헌법 차원에서 본다면 노조 결성 및 파업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에 속합니다. , 파업사태가 폭력화되는 것은 많은 경우에는 노동자들에게 하등의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사용자측의 초강경 태도, 그리고 강경 진압으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일임으로, 오로지 파업 노동자 내지 그들을 지원하려는 "외부 세력"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따릅니다. 양심의 자유를 허하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상으로는, 자신의 소신에 따라 파업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로 인식되어지기도 합니다.

20여명의 뉴요커들이 2011년1월 25일 새벽(한국시간) 뉴욕 한국 총영사관 앞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노련 사건 피해자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코리아타운을 찾아가 석방을 촉구하는 전단도 돌렸다. 로렌 골드너 제공

그 다음에, "혁명"이라는 언사를 사용하는 것을 바로 "폭력" 내지 "국가 변란"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한 억지 해석으로 보입니다. "사노련" 피고인들이 준거틀로 삼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서는 "혁명"은 꼭 폭력 행사로만 묘사되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혁명"의 핵심은 대규모 사회 생산시설 (대공장, 은행 등등)에 대한 사회화 조치이지만, 프리드리히 엥겔스 등이 지적한 것처럼 이와 같은 조치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얼마든지 평화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고인들이 긍정시하는 베네수엘라에서의 자베스 대통령 지도하의 작금의 사회 변혁 과정은, 바로 이와 같은 헌법질서를 준수하면서 이루어지는 "평화혁명"의 사례입니다. "사회주의"와 같은 용어는, 대한민국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다수의 유럽 국가의 유력정당의 명칭에 들어가 있는 단어입니다.

예컨대 저 본인이 거주하는 노르웨이의 연립내각에 입각돼 있는 사회주의좌파당
(http://sv.no/)은 하나의 사례일 것입니다. 판사님께 종합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세계의 어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사회주의 혁명"을 강령에서 내거는 정당의 구성원들을 감옥에 보내는 사례는 최근에 없습니다. 오로지 그 언사로 인해서 일군의 사회, 정치 활동가를 감옥에 보내게 되면 이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본질적으로 위배되는 "정치 탄압"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명성 및 권위를 크게 손실시킬 것입니다.

현명하신 김형두 판사님께 위와 같은 탄원의 말씀을 올리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전향적인 판결에 대한 저의 기대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슬로대 박노자 삼가 드림 (vladimir.tikhonov@ikos.ui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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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형두 판사님께  (0) 2011.02.01

Posted by 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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