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을 찾았다. 마트를 둘러보고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었는데, “정유회사, 주유소도 국민들이 고통을 받을 때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씀. 또 “(물가를)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기업과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물가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배추가 비싸면 양배추 먹으면 된다는 식의 말도 했지만, 시장 가서 ‘대안’을 내놓긴 아주 오랜만의 일. 아래 사진에서 주부에게 하는 말은? “비싸면 덜 사세요?”


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장보러 나온 주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처럼 시장을 즐겨 찾는 대통령도 드물다. 취임하고 13번 찾았다. 주로 방문한 곳은 재래시장. 현장정치를 중시하고, 시민과 교감하려는 노력 자체야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MB식 소통이라고 강조하는데, “소비를 줄이면 된다”거나 “대형마트 규제는 힘들다”는 등의 말로 상인과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일쑤. 시장 방문의 패턴 때문에 실속 없는 이미지 정치 비판도 곧잘 나온다. 지난 1월 말 설 연휴를 앞두고 동대문시장을 방문한 데서 압축적으로 잘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한 옷가게에서 “설 대목인데 경기가 좀 괜찮은가”라며 서민들의 삶에 관심을 나타냈다. 한 디자이너 매장에 들러서는 목도리 하나를 직접 골라 1만5000원을 지불했다. 한 노점에서는 꿀차를 마시며 “많이 팔았느냐”고 말을 걸고 주변 사람들에게 몇 잔 대접하기도 했다. 장사를 한다는 20대 후반의 청년들에게는 “열심히 장사하고 끈질기게 하면 된다. 내가 장사를 해봐서 안다”며 본인의 가난한 시절 이야기도 꺼냈다. 인근의 설렁탕 가게를 찾아 야식을 먹는 코스도 빼먹지 않았다.(경향신문 2011년 1월 31일자, 심야 시장 방문, 일방적인 TV 좌담 ‘MB식 소통’ )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서울 동대문 도매시장을 방문, 꿀차를 마시며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물품을 구매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가난한 시절을 회고하며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한 말씀 하는 게 패턴이다. 영국 경험론에 버금가는 ‘MB경험론’이라고 해야 할까. MB경험론의 특징은 자기 경험으로 남의 경험을 누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런 특징이 또 잘 드러난 게 2009년 이문동 재래시장 방문.

이 대통령의 방문 현장 모습은 YTN <돌발영상>을 통해 당시 자세히 보도됐는데, 시장 방문의 허상이 잘 드러난다. <돌발영상>의 몇 장면을 정리해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이 대통령이 2009년 6월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상가를 방문해 식당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상인A : “여기 상권이 다 지금…(대형마트 때문에) 죽어. 문 닫고.”
이 대통령 : (다른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상인B : “아휴…(한숨)”
이 대통령 : “(수행원들에게) 야, 이것 좀 사먹어라, 야- 뻥튀기!”
상인C : “(대형마트가) 아주 그냥 저희들을 몰살시키려고 합니다.”
이 대통령 : “내가 노점상 할 때는 슈퍼마켓이 없었거든. 하하하. 마트를 못 들어오게 한다, 법률적으로 정부가 못 들어오게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헌소를 내면 정부가 패소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가 옛날 젊었을 때 재래시장 노점상 할 때는…, 우리는 그때 이렇게 만나서 얘기할 길도 없었어. 끽 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장사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죽고 뭐 이렇게 모여 하소연할 데도 없었어”라며 위안(?)했다.

그리고 다음은 유명한 사진. 대통령 시장 방문의 또 다른 패턴이 나타나는데, 바로 ‘선물’이다. 사진은 2008년 4월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래기를 파는 할머니가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듯 울먹이자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는 모습. 이 대통령은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대통령한테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드릴테니까”라는 말과 함께 이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선물했다.
 

지난 2008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이 시장 상인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MB 선물 효과도 있다. 2010년 9월 3일 구리시 인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했을 때 한 상인이 “지난번 가락시장에서 목도리 선물한 것을 봤는데, 그렇게 부럽더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시계를 풀어주며 한 말은 “이게 청와대 시계다. 미소금융 꼭 찾아가 보세요.” 상인들과 기념촬영을 할 때면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며 배려도 잊지 않는다. 산타 MB, 해결사 MB, MB 로또.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2009년 콘서트 포스터.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풍자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친정부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이 미담을 보도했다. 사설 소재로도 쓰였는데, 조선일보 제목은 ‘가락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 드잡이판 국회’, 중앙일보 제목은 ‘시장 할머니의 눈물과 대통령의 각오’다.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이 장면을 패러디한 콘서트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눈에 띄는 영문장 하나. ‘the show must go on’.


Posted by 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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