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2010 언론자유’ 조사에서 한국이 ‘언론자유국(free)’ 지위를 잃고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떨어졌다. (중략) 보고서를 작성한 카린 카를레카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온라인 상에서 친북 또는 반정부 시각의 글이 삭제됐고, 현 보수정부가 기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을 주요 방송사 사장에 앉히는 식으로 방송사 경영에 개입해 왔다”고 지적했다.(경향신문 5월 4일자, 한국 언론자유 강등)

먼저 프리덤하우스란 단체.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던’ NGO다.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그것도 친북·반정부 시각의 글을 삭제한 걸 감히 문제삼았으니 보수가 아니라 ‘친북좌파’ 단체 딱지가 붙게 됐다. 이거 유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주요 방송사 사장 자리에 오른 측근인사들? 김재철 MBC 사장이나 김인규 KBS 사장 둘 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일한 특별보좌관 출신들. 이분들 취임 이후 정권 입맛에 맞는 특보(特報)를 내보내며 계속 특보(特補) 직을 수행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맞다. 측근인사들을 괜히 사장 자리에 앉혔을까. 사장님들 행동으로 ‘개입’에 특별 보은하는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직접 사퇴 발언을 공개한 MBC 노보.

김재철 사장. 할 일을 부하에들게만 맡겨두고 짐짓 점잖은 척, 모르는 척하는 사장 스타일과 거리가 먼 것 같다. MBC 노조는 노보를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자진 하차한 김미화씨가 김 사장으로부터 직접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엘리베이터에서 김 사장이 한 말은 “라디오가 시끄럽던데 다른 프로로 옮겨보세요.”

노보가 기사화되자 MBC 쪽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김재철 사장이 (김미화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방송 잘해봅시다’라고 덕담을 나누었을 뿐 다른 프로로 옮기라고 권유한 적은 없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김 사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지난 3월에는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최승호 PD를 교체했다. 최 PD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녔던 소망교회의 문제점을 취재 중이었다. 최 PD가 지난 8월 보도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의 방송 보류 결정으로 결방됐다가 한 주 뒤에야 방영됐다. MBC 역사에서 결방은 20년 만의 일이었다. 진중권씨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불방사태를 두고 “이분 청와대 가서 김우룡에게 조인트 맞더니 군기가 확실히 든 것 같다”고 촌평을 날렸다.


김재철 MBC 사장이 2010년 4월 18일 긴급기자회견 도중 노조 파업 후 자신의 태도를 비판한 경향신문의 사설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김우룡과 조인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의 <신동아> (2010년 4월호) 인터뷰 기사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발언에 빗댄 말이다. 김 사장은 ‘조인트 발언’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MBC 사장과 구성원의 자존심이 짓밟혔다”며 고소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고소를 계속 연기하다 그해 8월에 철회했다. 당시 노조가 밝힌 김 사장의 철회 이유는 “지금 고소하면 진보 인터넷 언론에서 쓰고 경향, 한겨레가 조인트 발언이 무엇이었는지를 상기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다. 그러면 (결국) 나도 죽고 회사도 죽는다.”

조인트 발언을 상기시키는 기사를 쓰게 돼 유감.
김 사장은 최 PD를 교체하면서, 고려대 후배인 윤길용씨를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 대통령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스타일에 대한 오마주인가. 그러고보니 김우룡 전 이사장은 김 사장의 고려대 선배. 고소하니 마니 했는데, 이들의 ‘조인트 동문회’는 계속 열리는지 모를 일.


스타 워즈의 ‘클론의 습격’ 편 제목을 패러디한 KBS 새 노조의 노보.


또다른 주요 방송사 사장이자 대통령 특보 출신인 KBS의 김인규 사장. 김재철 사장과는 친정권 보도로 공존공생하면서도 더 정권 입맛에 맞는 특별한 보도를 내보내기 위해 경쟁하는 라이벌. 특보(特報) 분야에서는 김인규 사장의 내공이 높아 보인다.

KBS 새 노조가 지난 3월 발행한 노보의 헤드라인은 ‘관제특집의 습격’. 2009년 말 김 사장 취임 이후 177편에 이르는 특집프로그램이 방송됐다. 헌혈이나 국군장병 발열조끼 보내기를 위한 각종 모금 등 이른바 ‘앵벌이 방송’이 39편이었는데, 새 노조의 말, “KBS가 보건복지부 소속이냐?”
 
그리고 G20 홍보 특집은 45편이었다. <대한민국의 힘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다>,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 <밴쿠버 동계올림픽 결산.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 등을 두고 노조는 “제목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정부 정책 홍보성 특집프로그램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 그리고 KBS는 5부작 <이승만 특집>을 준비 중이다.

정권 홍보에 올인하는 와중에 권력 비판 기능과 의지는 실종됐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민언련의 방송 모니터 제목을 정리한 표.




‘KBS만 침묵’ ‘KBS만 언급 안해’가 압도적이다. ‘KBS만 띄우기’처럼 KBS만 보도하는 것들도 있다. 침묵하든 언급하든 그 기준은 정권 유·불리라는 건 명약관화한 사실. 그런데 작년 이야기 아니냐고? 최근 열흘간 민언련의 방송 3사 뉴스 모니터 브리핑 제목의 절반 이상이 KBS와 관련된 것들이다. ‘검찰, 추정에 따라 북 소행… KBS 앞장서 띄워’(5월 3일), ‘선거 끝나자 도시가스 4.8% 인상… KBS 언급도 없어’(5월 2일), ‘KBS 최악 부실보도, 선거 결과가 못마땅?’(4월 28일).

KBS 새 노조가 지난달 8일 낸 공추위 보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KBS 뉴스가 이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MB의 마우스피스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이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이런 습성이 완벽하게 고착화돼 다음 정권 하에서도 대물림될까 두려울 뿐이다.”

Posted by 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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