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과거 총무과장 시절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내정자가 받은 돈을 돌려준 것은 확인됐으나 반환 시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금품을 건넸다는 김모씨는 “돈을 준 뒤 서너달 뒤 돌려받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내정자는 “다음날 바로 돌려줬다”는 입장이다.(경향신문 2011년 5월 12일자, 이채필 노동장관 내정자 ‘금품수수 의혹’ 엇갈리는 진실)


양측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며 진실게임 양상. 이 내정자는 다음날 바로 돌려주는 걸 본 어느 직원을 목격자로 제시하며 결백을 주장하는데, 돈봉투 반환에 대해 당시 직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일단은 두고볼 일.

부정부패의 혐의가 짙은 화폐의 교환행위를 상징하는 돈봉투는 공직사회에서 승진을 위해 쓰일 때가 많았다. 부적절하고 부정한 돈봉투 교환이 들통났을 때 문제가 된 것은 반환 여부와 반환 시점.

다음은 1993년 해군에서 벌어진 일. 당시 김모 해군참모총장의 부인 신모씨가 서모 대령의 부인 조모씨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는데, 다음은 신씨의 진술.

수사 관계자는 “신씨가 89년 9월 서모 대령의 부인 조씨로부터 돈봉투를 받긴 했으나 1년6개월 동안 뜯어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한 뒤 91년 1월 되돌려줬다”고 진술하자 아연.(경향신문 1993년 4월 25일자, “돈봉투 뜯지도 않고 반환”/김 전 해참총장 수사 주변)




돈봉투가 횡행한 곳은 정치판과 선거판이다. 아래는 경향신문 1996년 3월 1일자에 실린 ‘매표현장, 그때 그모습 사진전’ 안내기사에 실린 사진.

1967년 6월 7일 7대 총선을 하루 앞두고 신민당원들이 공화당 사무실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500원이 든 돈봉투와 입당원서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로 불리던 당시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저 고무신 한 짝. 아래는 88년 4월 13일 13대 총선 당시 한 유세장에서 선물을 받고 있는 유권자들의 모습. 지금 시점에선 마치 초현실처럼 보이지만, 수십년 세월과 풍상 속에서도 주고받는 미풍양속은 끄떡없다.




98년 지방선거 때 온라인 송금 수법이 적발됐지만, 계좌 추적 때문인지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고 2010년 지방선거까지 돈봉투가 계속 등장.
선거판 못지않게 오랜 돈봉투 역사를 지닌 곳이 교육계. 2004년에도 촌지 화형식이 열릴 정도로 학교 현장에서 돈봉투는 고질적인 병폐로 기승.


1997년 서울 시내 한 중학교의 촌지 추방 결의 대회.


1993년에는 학교 촌지 추방을 위한 캠페인도 개최.

세미나도 화형식도 소용없었을까. 2010년 지방선거 때 촌지 근절에 앞장서야 할 교육청 간부들이 교육감 당선자에게 축하금 명목으로 수십만~수백만원의 돈봉투를 건넨 사실이 전남도교육청 장만채 교육감 당선자의 공개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비교되는 분이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그는 2010년 법정에서 “부하한테 받은 1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 명절을 잘 쇠란 뜻으로 알았다”고 진술.


한 시민단체의 촌지 추방 가두 캠페인. |경향신문 자료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공 전 교육감에게 명절 잘 쇠라고 돈봉투를 줬는지도 모를 일. ‘29만원 세대’인 이분이 주는 돈봉투에는 얼마의 돈이 들었을까.

얼마 전 전직 경찰 간부로부터 들은 말이다. 전투경찰 요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가 서울 서대문경찰서, 그것도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이라고 한다. 반면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근무지는 같은 동네의 노태우 전 대통령 집이다. 그래서 전 전 대통령 집으로 배치해 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게 경찰에 들어온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명절이 되면 이들 대통령이 건네주는 돈봉투의 단위가 최소한 10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16일자, <여적> 전두환씨의 국민 우롱죄)


 

돈봉투는 남녀관계를 좌우하는 힘으로도 작용하는 것일까. 다음은 2010년 9월 국방부가 펴낸 만화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의 한 장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돈봉투를 건네자, 여자친구가 “쩐은 좋은 거야”라며 화를 풀고 돈을 세고 있다. 여성 비하로 논란이 된 대목.

돈봉투는 상사-부하 관계, 취재원-기자 관계에서도 쓰인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4월 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 개혁에 반발해 소집한 검사장 워크숍에서 98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1인당 200만~300만원씩 챙겨 격려금으로 나눠줬다. 개혁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로는 딱이다. 김 총장, 돈봉투 나눠주길 좋아하는 분. 지난해 11월에는 언론사 출입기자 8명에게 추첨 이벤트 명분으로 5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 구설수에 올랐다.

‘공화국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마라! 너는 공화국에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면 할 말 없지만, 이쯤 되면 돈봉투 공화국이다.


Posted by 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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