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의 장관 후보자들이 내뱉는 ‘말말말’들은 한국 사회 기득권의 기상천외한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척도이자 증거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라는 말은 ‘여포(여당도 포기한)’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말이 되었지만, ‘가족을 위해’ ‘이득을 위해’ 봉사한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청문회 시즌. 청문회 다음날부터 위세 떨며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1년 하루 비판과 공격, 문제제기를 부인과 해명, 반박으로 견더내는 이들의 자세는 여러 나라 기득권의 귀감이 될 법하다.
 

‘2008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제네시스 쿠페 |연합뉴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지난 25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나온 의혹. “제네시스 쿠페, 아들의 승용차 소유문제·운용문제도 완벽한 거짓말 아닙니까. 트위터에 인증샷과 멘션까지 날렸고….” 박 후보자의 해명. “아들의 고종사촌, 저에게는 생질이 됩니다. 생질의 차량이 틀림없고요.”
핵가족에 이어 가족해체까지 나오는 시대에 누이 집안과 차량 교환이라는 돈독한 우애를 뽐낸다.

4000만원 정도 한다는 쿠페가 박 후보자 아들 것이건, 조카 것이건 ‘고소득’자가 되려면 이 정도 가져야 한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한다.
 

5월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원내지도부가 추진 중인 ‘반값 등록금’에 대해선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해 선별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대학생들은 장래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반대했다.
(2011년 5월 26일자, “MB노믹스 실패” 따지자 박재완 “폐해 없다” 맞서)


이분 무상복지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과다 서비스 이용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와 재원 낭비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손윗동서 회사에 주식을 투자해 10배 차익을 남기고, 성균관대에 8년째 휴직하면서 강사나 후임 교수들이 강단에 설 기회를 막아도 좋은 ‘인식’은 어디서 확산됐을까.

그리고 박 후보자의 딸은 지난해 4월 개정된 국적법을 통해 한국 국적을 회복, 이중국적자라는 특혜를 받은 분인데 앞서 2009년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 딸이 ‘미국인’인데도 “국방·통일비용 등 우리나라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하시니, 이 정권 장관의 ‘애국심’은 알아모셔야 할 듯.


쌀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이 제기된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5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도표를 이용해 해명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박 후보자처럼 ‘반값 등록금’에 대해 반대하는 분이 있으니, 이런 분이 돈 버느라 생고생을 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 차관 퇴직 뒤 김앤장에서 4개월 일하고 1억2700만원을 받았다. 한 달 2540만원꼴. “아이들이 둘이나 대학에 가야 되고 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가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권 후보자 다시는 김앤장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내심 ‘반값 등록금’ 실현을 기대하는 걸까. 그런데 어찌보면 딱한 사정이? 권 후보자가 2006년 도로공사 사장 때 자녀 3명 명의로 부동산 투자회사 주식 1만2000여주를 취득했는데, 이 주식이 폭락했을 수도. 그렇다면 매우 유감.


경찰이 5월 24일 사측의 직장폐쇄에 항의하며 일주일째 아산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유성기업 노조원들을 강제진압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병력 2500여명을 투입해 노조원 500여명을 연행했다. 민주노총은 “야만적인 폭거”라며 “더욱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재테크도 기득권 속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 한국김치협회 등 공직 퇴직 후 그가 간 단체마다 정부가 거액을 지원한 것도 의문. 자녀를 서울 강남권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동생 아파트로 위장전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는데, 서 후보자의 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 또는 “나는 모르는 일”. 부끄러운 짓 많이 하고 산 사람들은 서 후보자를 경배할 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재산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는데, 청문회 과정에서 ‘반노동’ 정서나 인식은 그대로 드러났다. “(유성기업 파업 현장의 공권력 투입은) 불법적 시설 점거를 통해 정당한 쟁의로 인정받지 못해 불행한 사태가 온 것.” 14명의 노동자가 자살한 쌍용차 사태에 대해서는 “가장 큰 책임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있다”고. 그러고보니 예전 “노조 간부들이 노동운동 경력을 쌓으려 체포·구속된다”고 주장. 반노동 경력을 쌓는 데 체포·구속될 일이야 없으니.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최중경 장관 의혹(경향신문 1월 31일)

장관 후보자들이 장관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이 후보자가 장관 되면 두 사람 죽이 잘 맞을 것 같다. 최 장관은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을 두고 “1인당 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지난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5700만원으로 우선 팩트가 틀렸다.

게다가 이들의 월 기본급은 전체 월급의 40% 정도인 170만원, 나머지 20%는 철야에 휴일 근무를 하며 받은 수당. 유성기업 작업장은 2009년 이후 4명의 노동자가 우울증과 쇼크로 자살·사망한 곳이다. 근무조건 개선을 해달라는 노조 요구는 이렇게 묵살당한다. 최 장관이 누구던가. 본인과 가족의 각종 부동산투기, 탈세의혹 때문에 ‘까도 까도 (의혹이) 계속 나오는’ 까도남 소리를 듣던 사람.

노동자들의 엄중한 노동과 삶은 이렇게 한 줌도 안 되는 치들에게 함부로 능멸당하고, 모독당한다.

김앤장 4개월 급여 1억2700만원은 저임금이지만, 노동자가 온몸을 굴려 번 수천만원의 돈은 ‘고소득’. 권도엽-최중경·이채필-박재완을 매개하며 그 기득권의 삶을 드러내는 인식이다.

Posted by 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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