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이영수 KMDC 회장을 통해 지난 두차례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삼화저축은행 자금이 흘러갔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경향신문 기자가 “이영수(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홍 대표는 “그걸 왜 물어. 너 진짜… 너 진짜 맞는 수 있다”면서 언성을 높였다. 기자가 재차 “야당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는 질문에 홍 대표는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말했다.(경향신문 2011년 7월 15일자, 홍준표, 기자에 막말)
 
정치인들의 말은 곧잘 그의 인간 됨됨이나 인식수준, 도덕성을 드러낸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이런 폭언과 막말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그걸 왜 물어”라는 반문에서 기자를 단지 ‘듣고 받아쓰는 자’로 여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버릇없다”란 말에선 장유유서의 권위주의가 담겨 있다. “너 진짜 맞는 수 있다”는 말엔 내면의 폭력성이 반영돼 있다.

‘모래시계 검사’ 시절 피의자들에겐 어떻게 대했을까. 게다가 폭력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은 대상은 여기자다. 이런 공당의 대표가 여성폭력에 대한 대책이나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막말은 대략 취중에 얼떨결로, 또는 홧김에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 대낮 맨정신에 막말하시는 신공을 보이셨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라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듯하다. “안 받았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기자의 질문에 홍 대표처럼 반말은 안 했지만, ‘볼터치’로 응대한 분도 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2일 거리 유세 현장에서 MBC 보도국 김모 기자의 뺨을 손으로 건드렸다. 김 기자가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어떻게 된 거냐”고 즉석 인터뷰를 요청하자, 정 의원은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며 왼쪽 손으로 김 기자의 뺨을 두 번 툭툭 쳤다. 김 기자는 “이건 성희롱”이라고 항의했으나 정 의원은 인정하지 않았고, 이 사건은 3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론화됐다.(경향신문 2008년 8월 4일자, 정몽준 여기자 성희롱 논란)

정 의원의 해명은 두 차례 나왔다. 첫 번째는 “왼팔로 김 기자의 어깨를 툭 치려는 순간 본의 아니게 김 기자의 얼굴에 손이 닿았다.” MBC뿐만 아니라 야당, 여성단체도 비판에 가세하자 나온 두 번째 해명은 “며칠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에서 왼손으로 김 기자의 뺨을 건드렸다.” 요즘은 푹 주무시는지.
 

2008년 4월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정몽준 후보 사무실 앞에서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여기자 성희롱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홍 대표나 정 의원이나 기자의 질문을 공적인 게 아니라 사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나이도 어린 여자애’라는 인식이 은연중 배어 있는 언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다음 발언은 어떤가. 막말이 아니라 친근감을 표시한 발언이지만 ‘사적 관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말이다.

산행 후에는 곧바로 청와대 내 충정관에서 설렁탕에 막걸리를 곁들인 오찬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청와대에 와서 같이 근무하면 인지상정이 된다”면서 “청와대에 출입하면서 가족적 개념이 없다면 어느 사회에 가서도 문제아라고 본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11년 2월 21일자, 이대통령 취임 3년 간담회)

가족끼리 무슨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받고, 비판 발언을 하겠는가. 그러지 말라, 섭섭하다는 말이다.

진보언론에 속해 있건 보수언론에 속해 있건 기자는 독자, 시청자들을 대신해 묻는 직업인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은 2010년 4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 정상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2012년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가 그야말로 한반도에 상존하고 있는 핵 위협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기자단 일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는 말로 시작되는 한 기자의 질문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환영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기자답지 않은 발언이다. 기자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만 하면 된다. 이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 칭찬까지 할 필요가 없다. 앞 부분의 인사치레 발언은 아무 필요가 없다. ‘이번 회의에 혹시 참가국 정상들 사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만 유효하다. 기자는 대통령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인이 아니다. 국민들이 알고싶어 하는 사안을 대신 물어주는 직업인이다.”

기자에 대한 마구잡이 막말 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다. 19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후보로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한 기자에게 “내 기사 똑바로 써줘. 그렇지 않으면 재미 없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진담 농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그해 10월에 고려대 출신 기자에게 “그 대학 나오고도 기자가 될 수 있느냐”는 발언을 해 기자가 불쾌해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그 대학 나오고도’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 나올지는 몰랐던 것 같다.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추미애 의원 발언 보도.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2001년 7월 7일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험담을 해 물의를 빚었다.


추 의원은 일부 기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문열, 가당치 않은 놈이 ×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서…”라며 최근 논쟁을 벌였던 작가 이문열씨와 조선일보를 격렬히 비판했다. 이어 동아일보 기자에게 “왜 내 기사가 이문열보다 작게 나갔느냐”고 항의하면서 “사주편에서 기사를 쓰는가” “이 사주 같은 놈아” “네가 정의감이 있는가”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경향신문 2001년 7월 7일자, 추미애 술자리서 기자들에 험담 물의)

당시 한겨레는 좀 더 자세한 정황을 전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동아일보 기자는 “의원이면 다냐” “한심한 의원” 등의 반말로 맞섰고, 언쟁을 마친 추 의원은 음식점 마당에서 “정의가 바로서야 하는데”라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6일자 신문 1면과 5면에 “×같은 조선일보” 등의 제목으로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정치쟁점화된 사건이다.

기자들의 질문이나 보도에 대한 막말 말고도 기자와의 술자리, 밥자리에서의 각종 막말, 폭언, 말실수는 한 번에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주로 여기자들이 정치인들의 언어폭력과 성차별·성희롱성 발언에 시달렸다.

2008년 5월 22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총 뒤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도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두고 “(강안남자에 등장하는 주인공) 조철봉이는 요즘 왜 (섹스를) 안 해. 예전에는 하루에 세 번씩도 하고 그러더니…”라는 말로 물의를 빚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여기자 3명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요즘 룸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 요즘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아.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라는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러고보니 막말과 성차별·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에 오른 인물 중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들이 3명이다. 대표가 돼서 저런 말들을 하는가, 아니면 저런 말을 하고 다니기에 대표가 되었는가.


Posted by 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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